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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정 [해남에서 띄우는 편지]해남교육지원청 장성모 교육장

기사승인 2020.08.08  21: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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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난 사람①

“혼자 오셨습니까?”
“집사람은 다른 일이 있어서요.”

박태정

물음과 대답이 멀었다. 수행원 없이 혼자 오셨느냐는 것이었는데, 내 의도와는 동떨어진 대답이었다.

교육자의 한 길만 걸어온 그는 노타이 차림의 현장형, 실무형 교육장이었다. 그는 소탈한 사람이었다.

다른 기관장들이 수행원을 대동하고 행사장에 나오는 것에 비해 그는 항상 혼자 나타났다.

교육지원청 직원들은 다른 기관장들과 비교가 되고 권위가 떨어진다며 따라나서려고 하지만 그는 혼자서도 충분히 자리 찾을 수 있으니 걱정 말라 만류한다.

기자 시절 취재로 만났던 나와의 인연보다는 청소년상담사인 아내와 훨씬 더 많은 교감이 있어서 저녁 식사 자리가 마련되었다.

아내와 식당을 정하는 과정에서 그가 얼마나 사람을 배려하는지가 느껴졌다. 처음엔 고깃집이었으나, 아내가 고기를 좋아할 것 같지 않다며, 버섯탕이 유명한 호남식당으로 바뀌었다.

약속 시간 5분 전에 도착했는데, 식당 입구에 혼자 서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간단한 수인사를 나누고 식당으로 들어섰다. 호남식당을 자주 찾는 아내가 주인이 직접 채취한 버섯과 요리에 대해 소개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미소 띤 그의 표정은 이웃집 형을 보 듯 편했다. 강요하지도, 먼저 말하려고 고집하지도 않았다.

“아무 거나 잘 먹습니다.”

소탈한 그는 그럴 것 같았다. 값비싼 요릿집이 아니라도 아무 곳에서나 격의 없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편하면 어떤 이야기도 다 풀어질 것 같았다.

그는 2018년 9월 공모교육장으로 해남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지난해에는 해남에 마을교육공동체 바람을 일으켰다.

그 영향으로 해남군에서도 지방분권과 마을자치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됐으며, 결국 올 7월에는 군에 혁신공동체과가 신설되기에 이르렀고, 14개 읍면에서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위원회가 돛을 올리게 되었다.

이제 그의 관심은 수평적 리더십이다. 사람끼리의 호칭이 대화의 질과 양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호칭에는 상하를 구분하는 권위가 개입돼 있으며, 그 권위는 한쪽에겐 인내와 긴장을, 다른 쪽에겐 자유와 여유를 준다.

그는 해남교육지원청 안에서라도 직책에 대한 호칭을 떼 보려고 시도해보았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았다. 아직은 반대 목소리가 더 커 전면 시행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록 미미한 숫자이기는 하지만 찬성 의견도 나왔다. 장 교육장은 그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조짐이라고 했다. 서로 대등하지 않으면 참신함은 진부함에 눌려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흔히 교육계를 그들만이 쌓아올린 성이라고 한다. 그 안에는 아이들 교육과 보호라는 명목으로 거친 물살이 흐르는 사회와는 적당히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돼 있다.

그러나 학교도 마을도 서로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다. 교사가 부모이고 누군가의 배우자며 동네 어른이듯이, 학생 또한 자녀이고 마을의 청소년이다. 결코 성 안에서만 살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높은 성벽 안에서는 수평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곳은 항상 내려다보는 수직의 세계이다. 이제는 성벽을 허물고 마을을 수평으로 바라보며 드나들어야 한다. 장 교육장이 마을과 단절된 성

벽을 허물고 있다. 그와 함께 세마치장단이라도 울려야 할 때이다.

장성모 해남교육장

칼주름 잡힌 양복바지에게는 베일 것만 같아 농담도 건네기 힘들다. 그 앞에서는 꼿꼿해져 듣는 이 또한 마음에 다림질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면바지의 부드러움은 이완과 푸근함을 준다. 미소 띤 얼굴은 ‘오늘 너의 얘기를 다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가 들어 있는 것만 같다. 장 교육장이 그랬다.

공모 교육장인 장 교육장은 올 8월까지가 임기이다. 해남의 마을교육공동체는 그가 그려놓은 미완의 그림이다. 그가 해남군민과 함께 붓을 들고 색칠할 시간이 필요하다.

 

 

2020년 7월에
박태정

박태정 (전)해남문화원 사무국장 goguma36@hanmail.net

<저작권자 © 데일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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