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박종백 칼럼] 호날두 그리고, '파블로 피카소'

기사승인 2019.07.29  21:29:20

공유
default_news_ad1

- "월드스타플레이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끝내 그라운드에 올라오지 않았다"

피카소 미술관에 '한국에서의 학살'이 없다면

피카소 작 《한국에서의 학살》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한국K리그와 이탈리아의 축구명가 유벤투스와의 친선경기는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넘어 자괴감을 주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노력을 다짐했지만 국민의 분노는 좀처럼 풀리지 않을 기세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답게 필자도 무척이나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국가 간 경기뿐만 아니라 유명 프로 팀의 경기도 거의 빼지 않고 시청하곤 한다. 그런데 지난 경기와 같은 사례가 과연 있었는지 기억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킥 오프 시간이 넘어서야 선수들이 운동장에 나타나더니 결국 경기는 1시간이나 늦게 열렸다. 게다가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끝내 그라운드에 올라오지 않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유벤투스가 경기장에 늦게 도착함에 따라 친선경기 개최 시간이 50분간 지연됐다”며 “당초 계약과 달리 경기에 출장하지 않았다”며 “축구 팬들에게 큰 실망을 끼쳐드리게 돼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고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K리그 팬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연맹이야 친선경기 주최사인 더페스타에게 계약 위반한 것에 대한 위약금을 청구하는 절차를 밟아 나가겠지만 구겨진 한국축구 자존심은 보상 받을 길이 없어 보인다. 장마가 겹친 금요일 퇴근시간의 교통체증을 뚫고 운동장을 찾은 6만 3천 명의 관중들과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최적의 공간에서 텔레비전 앞에 모여든 시청자들은 스타플레이어에 대한 야유를 넘어 연맹에 대한 무능에 분노하고 있다.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경제·국방에서의 심각한 상황을 축구를 통해서 잠시나마 해소하려던 축구 팬들은 오히려 울화병이 도졌다. 요즘 국제관계에서 일본의 경제보복과 중국·러시아의 독도영공 침범, 급기야 북한의 탄도미사일 두발이 동해에 발사되어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 당일 30도가 훌쩍 뛰어넘었지만 사인을 받기 위해서 유벤투스 유니폼을 차려입고 미리 운동장을 찾은 마니아들은 사인회 취소에 상실감이 무척 컸으리라. 예상치 않은 지체 경기에 공영방송국에서 순연 중계를 할 필요성이 있었는지 자문해 본다. 다만 후반전에 호날두가 나올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경기중계를 중단하여 받을 국민적 비난을 감내할 수 없었으리라 판단된다. 계약서상에 의하면 ‘호날두가 45분 이상 뛴다’는 내용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호날두는 현역선수로서는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 중에 한 명임에는 분명하다. 비교적 축구사에서 변방인 포르투갈 출신으로서 유럽 세계 최고의 프로구단에서 우승을 이루어 냈다. 그는 2015년 포르투갈 축구 연맹 100주년 행사에서 에우제비우와 루이스 피구 등을 제치고 포르투갈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로 선정되었다.

최고 축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 수상에 아르헨티나 출신 리오넬 메시와 마찬가지로 5회 수상에 빛난다. 또한 메시와 함께 네 차례 유러피언 골든슈를 차지한 선수이다. 스포츠 시장에서 시장성이 가장 뛰어난 선수들 중 하나로, 2016년에는 포브스지는 호날두를 최고의 수입을 기록한 선수로 올려놓았다. 2016년 6월, ESPN은 그를 최고의 명성을 지닌 선수로 명명했다. 체력관리도 잘 해서 축구선수로서는 비교적 고령인 34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스포츠는 국민을 하나 되게 하는 응집력이 있다. 더구나 국민스포츠인 축구는 더욱 그렇다. 세계적인 스타의 부재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행정만큼은 국격에 맞아야 한다. 70년대식 후진국형 경기를 유치한 축구행정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연맹의 사과와 다짐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한국축구협회가 적극 나서서 국민에게 재발방지와 발전방향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축구는 2002년 월드컵 이후 국민의 사랑을 받았고,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고 있는 토트넘 소속의 손흥민 선수는 아시아인 챔피언스리그 최다골 기록을 경신하며 국내 축구팬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있다.

더구나 스페인 프로축구구단 발렌시아 이강인 선수의 눈부신 활약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이강인 선수는 지난 6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폴란드 월드컵 결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원동력이었으며 대회 최우수선수(MVP)격인 골든볼의 영예를 않았다. 대회에서 2골 4도움을 기록한 결과다.

한국축구로서는 남자 축구의 FIFA 주관 대회 역대 최고 성적을 낸 쾌거였다. 18세인 이강인 선수의 수상은 현존하는 ‘축구의 신’인 메시 이후 14년 만이다.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연령인 만 20세보다 두 살 어린 나이에 얻은 상이기에 더욱 값지다. 어려서부터 메시처럼 되는 게 꿈이었다는 이강인 선수는 점점 그 꿈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하나원큐 팀K리그’와 ‘유벤투스’와의 친선경기 내내 벤치를 지키다 빠져나가던 관중들이 호날두에게 야유를 보냄과 동시에 메시를 연호했던 것은 어쩌면 축구의 자존심을 지켜줄 이강인을 찾는 연호였을지도 모른다.

축구경기가 종료되자마자 파블로 피카소가 떠올랐다. 피카소는 스페인 태생이며 프랑스에서 활동하면서 입체주의 미술양식을 창조하였고 20세기 미술계의 최고의 거장이다. 《아비뇽의 아가씨들》, 《게르니카》 등 대표작이다. 92세 생애 중 80여 년을 미술에 바치면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며 조각·소묘·도자기·시 분야에서 활동하는 등 5만 여점의 작품을 남겨 20세기 현대미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피카소의 급진적인 작품성향으로 인해 많은 오해와 비판을 초래했지만 1920년대부터 매우 비싼 가격으로 작품을 팔 수 있었으므로 자기 작품을 대부분 소장할 수 있었다. 사후 16년 뒤인 1989년《요, 피카소》라는 작품은 소더비 경매에서 무려 4785만 달러(502억 원)에 낙찰되었다. 당시 파블로 피카소 작품 중 최고가이자, 전 세계 미술 경매 역사상 두 번째로 비싼 금액이었다.

특히 그는 《한국에서의 학살》이라는 제목으로 1950년 10월부터 12월 사이에 황해도 신천군 일대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그렸다. 그는 한 번도 한국에 오지 않았지만 전쟁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어쩌면 올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그는 프랑스 공산당에 가입한 공산주의자였다. 이런 이유로 이 작품은 80년대까지 국내에서 금지예술품 목록에 올라 있었다.

캔버스 왼쪽에는 벌거벗은 여인들과 아이들이, 오른쪽에는 이들에게 총과 칼은 겨누고 있는 철갑 투구의 병사들이 있다. 아무런 저항의 무기를 소유하지 못한 여인들은 공포에 질려 얼굴이 일그러져 있거나 체념한 듯 무표정하게 앉아있고, 우는 아이를 꼭 안고 있기도 하다. 부끄러워 얼굴 가린 소녀의 품속으로 달려드는 어린이, 이런 무시무시한 상황조차 파악되지 않은 듯 흙장난을 하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친선경기장에 호날두는 보였지만 호날두가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유벤투스 팀에서 호날두가 빠진 경기는 파리 피카소 미술관을 들어가면 《한국에서의 학살》을 관람할 수 있을 거라는 광고와는 달리 작품은 없고 작품명만 게재되어 있는 것과 매 한가지다.

더구나 호날두가 귀국 후 올린 SNS 사진에 실망한 일부 국내 팬들이 주최 측을 상대로 단체 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이 K리그와의 친선경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호날두의 근육에 피로가 쌓여 결장했다”는 발표와는 달리 ‘집에 와서 좋다’며 러닝머신에서 운동하고 있는 사진이 게재 되었다. 근육피로에 장시간 비행을 한 사람이로는 믿기질 않은 표정이었다.

사리 감독의 경기 직후 가진 기자회견 내용이 이탈리아 현지시간인 27일 매체 ‘엘 비앙코네로’라는 매체에는 사리감독이 경기 직후 가진 기자회견이 실려서 한국인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가 않다.

사리 감독은 한국 기자들의 날 선 질문이 계속되자 “호날두가 뛰는 걸 보고 싶다면 내가 비행기 티켓 값을 지불하겠다”고 말했다고 하니 호날두를 미끼 상품으로 이용했다는 것을 자백한 꼴이다. 당시 통역을 맡았던 이탈리아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가 이 부분을 통역하지 않아 국내에는 전해지지 않았다.

호날두를 보러 이탈리아를 갈 것이 아니라 호날두가 속해 있는 팀은 한국에서 10년 이상 경기를 할 수 없게 해야 한다. 피카소의 그림이 한국에 걸릴 수 없었던 것처럼. 선수나 감독이 한 언행을 도저히 일반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피카소의 그림처럼.

피카소와 호날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다. 둘째, 입문 당시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가난을 모르고 성장하였다. 셋째,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왕성한 활동을 하여 많은 재산을 형성했다. 축구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고의 실력을 뽐내고 있는 호날두는 피카소가 누렸던 작가의 생애만큼 길게 이어질 것 같다.

다른 점은 피카소는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지만 한국전쟁의 참상을 알리며 한국민의 고통을 공감하면서 세계인에게 평화의 중요성을 알렸다. 하지만 호날두는 한국을 방문해서 한구축구인의 뜨거운 관심에 반하는 행동으로 국민적 분노를 촉발했고 세계인에게 스포츠가 상업화된 모순을 일깨워줬다.

 

박종백/
해남 출생
해남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고려대 정책대학원 국제관계학
노무현대통령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호남매일 논설위원
現 (사)유라시아평화철도포럼 해남본부장
現 더불어민주당전국권리당원자치회공동대표

박종백 dmstn0467@naver.com

<저작권자 © 데일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