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교를 세상에 더 알리고 원교체의 대를 잇는 ‘청해진체’의 완성 보고 싶다"

“다른 사람들은 기본 틀에 맞추어 쓰면 잘 쓴다는 말을 하는데, 원교는 틀에서 벗어나 아주 천진난만한 서체다...나는 그 아름다움에 심취해 버렸다”

지난 11월 5일부터 15일까지 개최한 “동국진체의 완성, 원교 이광사 서예 특별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목하 정지원 선생을 이튿날 그의 서예원에서 만나 원교체의 매력에 대해서 묻자 위 같은 답을 내놨다.

이 시대의 명필, 목하 정지원 선생은 덧붙여 “예술, 서예의 최고 경계에 이르면 다시 뚝 떨어지게 되는데 즉, 지식과 안식을 떠나 순수자연, 순리에 입각한 때 묻지 않은 서체가 은연중에 나타나게 된다”면서 원교의 서체는 그 최고의 경지를 지나 새로이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는데 추사 김정희가 해남 대흥사 대웅보전 현판의 원교 글씨를 보고 떼 내라고 혹평한 것은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 유배 후 추사가 돌아가는 길에 원교의 글씨를 다시 봤을 때 무릎을 치며 감복하고 지난날의 자신의 평가를 후회하면서 원교를 재평가하게 되는데, 기교는 지식과 숙달로 이루어지는 반면 원교체는 그 기교를 벗어난 상태임을 추사가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이러한 원교체의 엄청난 예술은 추사도 말년에 이르러 질박하고 질퍽한 단계를 벗어버리고 기교가 없는, 붓이 가는 데로 생각 없이 오로지 글 자체만을 보는 순수한 추사체가 나타났다”고 목하 선생은 덧붙였다.

목하 선생은 원교에 의해 완성됐다는 동국진체에 대한 질문에서 “동국진체, 원교 스스로 명명하지는 않았지만 세월이 지나 그 서체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 후학들에 의해 명명되어진 것”이라면서 “이 번 전시회가 원교체, 모든 사람들에게 동국진체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으며, 저의 사명은 원교에 대해 세상에 더 알리고 저 또한, 원교체의 대를 잇는 ‘청해진체’의 완성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여기서 말하는 ‘청해진체’는 목하 선생의 서체로서 원교와 마찬가지로 근엄한 구양순체를 기본으로 갈매기의 날갯짓을 연상시키는 활달하고 강인한 저수량서체, 어머니 품같은 우세남의 서체, 포용과 여유로운 안진경의 해서를 두루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필자는 목하 선생에게 “이제는 ‘청해진체’라 하지 말고 ‘목하체’라 해야 한다”면서 “‘청해진체’는 왠지 완도에 머물지만 ‘목하체’는 우리나라 전체에 영향이 미치기 때문임”을 그 이유로 들었다. 물론 목하 선생은 답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동국진체’를 원교가 스스로 명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체에 대해 문외한인 필자로서는 감히 목하체에 대해 설명을 들었어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 글씨가 그 글씨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목하체가 전국에서 통용되리라는 나의 신념이다.

목하 정지원 선생이 붓을 든 것은 초등학교 4-5학년 쯤이라 한다. 그 때 붓글씨에 매력을 느끼고 군 제대 후 비국전파(국전에 참여하지 않은)였던 형의 친구 분에게 글씨의 묘미를 배워 차츰 글씨에 빠져들게 됐으며, 학남 정환섭 선생의 제자였던 운산 정팔균 선생으로부터 사사를 받아 그때 비로소 필체가 정립되는 시기였다고 한다. 학남 선생은 소전(素筌) 손재형(孫在馨)선생의 수제자였다고 한다.

글씨체도 시류에 따라 변천해 가는데 목하 선생도 그 흐름에 붓을 맡겼다. 여수가 고향인데 순천에서 80년 이후 제자들을 가르치게 되고, 완도읍으로 이사를 와 서예원을 차리고 제자를 가르치던 중 원교 선생의 동국진체에 반해서 원교의 유배지였던 신지도로 ‘서예원’을 옮겨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이곳 신지는 원교 이광사가 16년간 유배 생활 중 큰 업적을 남긴 곳이며, 생을 마감한 곳”이라고 말한 목하 서생은 이제 여생을 원교를 좀 더 연구하고, 원교를 세상에 더 알리고, 완도 신지도가 동국진체의 성지임을 확인하면서, “원교 유배지를 성역화하여 또 하나의 관광지로서 완도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라 전했다.

한편, 목하 정지원 선생은 대한민국 서예대전 입,특선 8회 수상했으며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전국의 거의 모든 서예대전의 초대작가 겸 심사위원을 지냈다. 현재 한국서화교육협회 전남서남부지부장, 한국서화협회 완도군지부장, 한국전통문화예술진흥협회 완도군지부장, 전남대 평생교육원 서예강사, 대한민국서화아카뎀미 완도지부장, 목하서예원 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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