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덕 본부장

순천시장 선거를 몇 가지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순천은 호남 민주당의 본향(本鄕)을 자처하지만 역대 선거마다 민심의 향방은 그때그때 정치상황과 경쟁구도에 따라 달라졌다.  

대선과 같은 전국단위 선거에선 압도적인 지지로 전통적 지지정당인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 반면, 총선이나 지방선거 등 지역단위 선거에선 오히려 민주당 후보를 철저히 배제해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 경선과정에서 민심을 외면하고 오로지 당심만을 앞세운 후보들이 선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그때마다 낙선된 후보들이 사실상 불복하고 민심의 역풍이 불면서 오히려 민주당 후보에게 거부감을 가져왔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과거 순천에서 2011년 10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이듬해 2012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된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나, 지금 순천지역 무소속 이정현 국회의원은 민주당 후보가 아니었다.   

심지어 이정현 의원의 경우 19대 보궐선거나 20대 국회의원 당선 당시 지역민들의 정치성향과 정서적으로 동떨어진 새누리당 후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고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또 노관규 전임 순천시장이나 지금 조충훈 순천시장 역시 당선 당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 후보가 아닌 민주당 혹은 무소속 후보로 순천시장에 당선됐다.  

오히려 민주당 시도의원 후보들과 당심을 등에 업고 순천시의회 기자회견실에 기세등등하게 나타난 민주당 시장 후보들은 이들 무소속 후보들에게 맥을 못추고 하나같이 낙선했다. 

이같은 결과는 당선된 후보 자체 인물 경쟁력이라기 보다는 지역민들이 민주당이 장악한 순천지역 주류 정치질서에 대한 반감과 견제심리가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처럼 순천시장 선거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기는커녕 철저하게 응징을 해왔던 게 지난 순천지역 단위 선거에서 보여준 지역민들의 표심이다. 

따라서 이번 순천시장 선거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온다.  

경선과정에서 조충훈 순천시장을 누르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허석 후보의 지지자들이 저지른 조충훈 후보 비방 대자보 사건을 비롯해 크고 작은 불미스런 사건들이 벌써부터 허 후보의 지지율하락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병철, 양효석, 손훈모 후보 등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돌풍이 가시화 되고 있다.  

이들 무소속 후보들이 단일화에 성공해 무소속연대 후보가 탄생한다면 그 파급력은 압권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무엇보다 순천지역 바닥 민심은 민주당 시장 후보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는 게 지난 몇 차례 순천시장 선거에서 입증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시 당원들이나 후보 측근들이 사사건건 시정에 나서며 호위호가 하는 꼴사나운 모습을 지역민심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문제는 무소속 후보들의 단일화 논의과정에서 얼마나 지역민들의 기대와 성원에 부응하는 후보를 진지하게 가려낼 수 있느냐다.  

그런 차원에서 단순 인지도나 호감도를 따지는 여론조사보다는 토론회 등을 통해 순천시정을 이끌 후보들의 식견과 자질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선출된 단일후보는 민심에 거스른 당심이 결코 민심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게 진짜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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