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황주홍 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군)은 지난 29일 한센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환영하지만, 배상액을 삭감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8부는 한센인 17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국가는 강씨 등에게 각각 2,0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는 지난해 5월 1심에서 단종 피해자들에 3,000만원씩, 낙태 피해자들에 4,0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선고한 것보다 줄어든 것이다. 당초 피해자들은 5,000만원의 배상을 청구했다.

황 의원은 “국가가 국민으로부터 가장 기본적인 자녀를 낳을 권리를 빼앗은 것인데 국가의 책임은 인정하면서, 1심 판결 배상액보다 감액된 금액을 배상하도록 한 것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한센병은 유전질환도, 다른 사람에게 쉽게 옮는 전염병도, 불치병도 아니다. 결핵과 마찬가지로 법정 3군 감염병으로 분류돼 있으며, 오히려 전염성은 결핵에 비해 100배나 약하다. 그런데도 한센인들은 국가의 무지에서 비롯한 인권 유린과 차별을 강요받았다.

황 의원은 “국가배상 소송이 제기된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한센인들이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국가가 먼저 사죄하고 배상해야 마땅하다. 한센인 피해자들의 당초 청구액을 모두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야 국민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센인들에 대한 강제 낙태·단종은 1935년 전남 여수에서 처음 시행돼 1980년대까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이후 한센병이 유전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정부는 2007년 “한센인 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생활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무총리 산하에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한 뒤 조사를 벌여 한센인들의 피해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2011년 10월 한센인 피해자들이 서울지방법원에 단종·낙태로 인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처음 제기한 이래 지난 5년간 한센인 피해자 539명이 국가를 상대로 5건의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가장 진행이 빨랐던 3차 소송(단종 3,000만원, 낙태 4,000만원 지급 판결)은 항소심에서 그대로 유지돼 같은 해 10월 대법원에 올라갔으나 2년 넘게 판결이 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황 의원은 지난 7월 27일 국회의원 80명의 서명을 받아 “단종·낙태 한센인 국가배상 청구사건의 조속한 판결을 바라는 탄원서”를 한국한센총연합회(회장 이길용)와 함께 대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황 의원은 “지연된 판결은 정의가 아니며 한센인 피해 생존자들 대부분이 70대 후반에서 90대의 고령인 점을 고려해 대법원의 공정하고 신속한 판결을 바란다. 국회도 한센인에 대한 피해배상이 온전히 이뤄지도록 관련 법률 개정을 포함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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